선한 자의 악행과 악한 자의 선행이라는 기이한 대결 구도! 지키는 자를 미워하게 만드는 스파게티 웨스턴 최고의 역작

Synopsis

■ Issue Point

▶ 무척이나 사랑받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늘날 보아도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린다!! 참 재미있는 그러면서 스파게티 웨스턴 중에서도 특이한 내용의 영화!!
▶ 사일런스가 사일런스인 이유는 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지나가면 죽음의 침묵만이 흘러서다
▶ <위대한 침묵> 은 스파게티 웨스턴에서도 보기드문 컬트 영화로 남아 50년 가까이 전 세계에 골수팬을 만들어 낸 작품이다!
▶ 선한 자의 악행과 악한 자의 선행이라는 기이한 대결 구도! 지키는 자를 미워하게 만드는 스파게티 웨스턴 최고의 역작


19세기의 마지막 해인 1899년 겨울. 미국 남서부 지역엔 유례없는 최악의 폭설이 닥치고, 고립된 마을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약탈한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저지른 범죄도 명백한 범죄, 법을 어긴 자에겐 여지없이 현상금이 걸리고, 그 댓가는 가혹하다. 일말의 자비심도 없는 냉혈한 로코와 그이 무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런 자들을 처단하고 현상금을 챙기는 전문적인 현상범 사냥꾼들. 로코 일당에게 남편을 잃은 폴린은 복수를 위해 사일런스를 고용한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죽음과도 같은 침묵만이 흐른다는 전설의 총잡이를 .세르지오 코르부치 Sergio Corbucci의 화제작은 단연〈장고 Django〉지만, 그의 최고 걸작은〈위대한 침묵Ⅱ Grande Silenzio〉이 아닐가. 선한 자(로 보이는 이)의 악행과 악한자(로 보이는 이)의 선행이라는 기이한 대결 구도로 법을 지키는 자를 미워하게 만드는 이 스파게티 웨스턴은 한동안 여러 나라에서 개봉되지 못한 불운한 역작이었다.

코르부치의 영화 답게 잔혹한 묘사가 두드러졌기도 했지만, 이 형화의 결말이 현재의 시점으로도 상당히 허무하고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위대한 침묵〉은 스파게티 웨스턴에서도 보기 드문 컬트영화로 남아 50년 가까이 전 세계에 골수팬을 만들어 냈고, 그중에는 미카엘 하케네 같은 감독도 끼어 있었다.〈위대한 침묵〉은 분명 스파게티 웨스턴이지만,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클릿P를 작심한 듯 비껴간다. 눈 덮인 하얀 설원과 서부극이 어울릴까도 싶지만, 오히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체감온도는 그 폭설과 추위로 한층 더 배가 된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역시 그렇다. 흙먼지 날리는 황야의 휘파람도,붉게 물든 석양의 트럼펫도 들리지 않는〈위대한 침묵〉에서 모리꼬네는 자신이 창조한 스파게티 웨스턴의 음악을 스스로 헤체 시켜 전혀 다른 음감을 끌어들인다. 멜로디 보다 리듬에, 그리고 리듬보다는 이 영화 특유의 긴장스럽고 냉담한 분위기에 더 많은 공을 들인 스코어는 바로크풍의 클래식에서 오리엔탈 무드와 아방가르드를 아우른다.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의 작곡가로서 그와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했던 모리꼬네는 66년〈나바호 조 Navajo Joe〉를 계기로 코르부치 감독과 마침내 인연을 맺었다.〈위대한 침묵〉은 모리꼬네가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스파게티 웨스턴을 통해 서로 라이벌이 된 레오네와 코르부치는 공공연하게 서로 비교되곤 했는데 , 두 감독의 스타일엔 모종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음악, 레오네의 영화에서 모리꼬네의 음악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고유한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키고 함께 무르익어 갔다면, 코르부치의 영화를 통해 모리꼬네는 서부극의 틀 안에서 다채로운 멜로디와 리듬을 실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한 가지 스타일에 집중해 모리꼬네의 서부영화 음악을 완성한 것이 레오네와 성과라면, 코르부치와의 작업을 통해 70년대 지알로 영화에 나올 법한 미래의 사운드를 실험하고 접근해 간 것 역시 그에겐 귀중한 경험이었다.

힘겹게 눈보라를 헤지며 주인공 사일런스가 등장하는 오프닝의 메인 테마 'Ⅱ Grande Silenzio'는 하프시코드의 독특한 음색으로 가득차 있다. 거센 추위가 눈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창백한 화면에 깔린 차갑고 투명한 멜로디, 예기치 못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라도 하듯 통쾌한 음악과는 거리가 먼 처연하고 무거운, 그러나 모리꼬네 특유의 서정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테마곡이다. 레오네가 코르부치를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세르지오 코르부치는 레오네의 영화들을 은근히 의식했다. 〈장고〉가〈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를 피하기 위한 또 하나의 다른 판본이었다면,〈위대한 침묵〉은 레오네가〈석양의 건맨 Per Qualche Dollaro In Piu〉에서 보여준 '순진한' 현상금 사냥꾼에 대한 코르부치의 비판이었다. 돈을 벌기위해 법을 집행하는 서부극의 현상금 사냥꾼은 그렇게 도덕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 과거 현상금 사냥꾼의 모략에 의해 부모를 잃고, 성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일런스가 복수를 위해 총을 잡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말하지 못하는 사일런스의 속내를 읽게 하고, 사무친 원한의 무게를 가늠케 하는 모리꼬네의 스코어는 익숙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보다 오히려 낯설고 이국적인 악기를 이용해 정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 중 발군은 일본 전통악기인 샤쿠하치(尺八)의 불안한 음색과 타악기의 불규칙한 리듬으로 추위와 공포에 얼어붙은 이의 공포를 묘사하는'Immobile(교착),그리고 신비로운 하프와 인도의 시타르(Sitar)라는 두 현악기를 엮어 외로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순간을 쓸쓸하게 포착해낸'Gli Assassini E La Madre(암살자와 부인)'과 같은 스코어들, 귀에는 불편하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이 전위적인 음악들은 액션보다 심리에 더 무게를 둔 코르부치의 서부극을 조용히 빛낸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를 닮아 한없이 냉정하고 담담하게.

 
 
 
 

■ 줄거리

서부의 마을 스노우힐은 악덕 판사 폴리 컷에 의해 조종되는 로코가 인솔하는 무법 집단이 지배하고 있었다. 로코 일당에게 남편이 살해당한 폴린은 어느 남자에게 복수를 의뢰한다. 그 남자는 어릴 적 무법 집단에게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성대가 잘려 소리를 잃어서 "사일런스"로 불리고 있었다. 사일런스는 폴리 컷의 계략으로 보상금을 마련 할 수 없게 된 폴린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무상으로 그 의뢰를 맡는다. 그리고 능숙한 총 놀림으로 무법자를 한 명씩 쓰러뜨려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