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료로서의 영화 <수업료>

Synopsis

■ Issue Point

▶ 현존하는 6번째로 오래된 극영화를 DVD로 본다
한국영상자료원, 일제강점기 극영화 <수업료>(1940) DVD 출시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지난 해 새롭게 발굴한 일제강점기 극영화 <수업료>(1940)를 DVD로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수업료> DVD는 KOFA 한국 고전영화 컬렉션 중 '발굴된 과거' 시리즈로, 2009년 <발굴된 과거 네 번째: 병정님> DVD 출시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 한동안 일제강점기 영화의 추가 발굴이 없던 터에, 5년여 만에 출시된 이번 DVD 시리즈는 일제강점기 한국영화 연구의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다.


◆ 역사적 사료로서의 영화 <수업료>

2014년 중국전영자료관(China Film Archive)으로부터 수집한 <수업료>는 해방 이전 한국에서 제작된 총 157편의 극영화 중 15번째로 발굴된 작품이다. 여전히 발굴해야 하는 일제강점기 때의 작품들이 많지만, <수업료>는 당시 식민지 조선과 내지 일본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 <수업료>는 경성일보 주최 ≪경일소학생신문≫ 공모에서 조선총독상을 수상한 광주 북정소학교 4학년 우수영 어린이의 작문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제작사 고려영화협회가 제작하고 최인규, 방한준이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고려영화협회의 대표 이창용의 탁월한 기획력으로, 이 영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지 일본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다수의 일본영화인들을 제작진으로 참여시켰고, 개봉 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최인규, 방한준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 어린이의 순수한 동심을 우회한 일제의 내선동조론적 사고가 저변에 깔려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식민지 조선의 영화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균열의 틈새에서 식민지 조선의 풍경들이 발견된다. 이런 점에서 1940년도 작품 <수업료>는 영화사적으로 보나, 작품의 완성도로 보나 발군의 성과를 보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시대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
영화 <수업료>를 위한 확실한 길라잡이

이번 <수업료> DVD는 영화에서 엿볼 수 있는 당시의 시대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케이스와 북클렛 디자인에도 신중을 기했다. DVD 케이스에 실린 주인공 영달이를 그린 스케치는 일본 가와기타 기념영화문화재단(川喜多記念映?文化財?)에서 제공받은, <수업료> 개봉 당시 일본에서 제작된 포스터 속 그림. 당시 일본이라는 국제 시장에서 홍보를 위한 포스터가 그려질 만큼, <수업료>가 식민지 조선뿐 아니라 내지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음을 일러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또한 DVD와 함께 수록된 북클렛 역시 영화가 11살 어린이의 작문을 원안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착안, 당시 소학교 학생들이 썼을 법한 공책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시대감각이 묻어나는 디자인과 함께, 북클렛에 수록된 글들 역시 주목을 요한다. 영화 <수업료>가 발굴되었던 과정과 영화사적 가치에 대해 소개하는 정종화(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의 글과, 이 영화의 제작사이자 당대의 중요한 제작사 중 하나였던 고려영화협회를 소개하는 이화진(영화사 연구자)의 글이 국/영문으로 수록되어 있다. 작품 해제와 함께 제작 당시의 상황과 이것이 발굴된 과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수업료> 북클렛은 작품과 시대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한/영/일 자막이 수록된 <수업료> DVD는 한국영화사를 비롯해 사회 문화사, 식민지 시기의 문화 교류 등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서, 국내외 많은 이들이 보다 수월하게 사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수업료> DVD는 6월 18일부터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 
  
  
  
 

■ 줄거리

수원의 한 소학교 4학년생인 영달(정찬조)은 6개월 전 행상을 나간 부모로부터 소식이 없어 수업료를 내지 못한다. 할머니(복혜숙)가 쓰레기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할머니가 아파서 넝마를 줍지 못하자 집의 양식마저 떨어져가고, 설상가상 집주인(독은기)은 밀린 집세를 독촉한다. 영달은 할머니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씩씩하게 행동하지만, 수업료 납부일이 돌아오자 차마 학교에 가지 못한다.

영달의 학급 친구 정희(김종일)는 자기보다 사정이 더 딱한 영달을 위해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영달을 도와주기로 한다. 병준(이동성)은 집에 있는 양푼을 몰래 들고 나가다 누나 귀란(김신재)에게 들키고, 영달의 사정을 알게 된 귀란은 영달이 병준의 공부를 봐주는 대가로 쌀을 보내준다. 담임 다시로 선생(스스키다 겐지) 역시 할머니를 찾아가 영달이 학교에 나오도록 해달라며 수업료를 주고 간다.

이튿날, 기쁜 마음으로 수업료를 챙겨 등교하던 영달은 집주인을 만나게 되고, 아픈 할머니를 염려해 수업료 몫의 돈을 집세로 내고 만다. 결국 할머니는 영달에게 평택 아주머니 댁에 가서 수업료를 받아오라고 말한다. 수원에서 평택까지 60리나 되는 먼 길을 혼자 씩씩하게 걸어간 영달은 아주머니 댁에 무사히 도착하고, 수업료와 쌀을 얻어 버스로 돌아온다. 영달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업료를 내러 학교로 달려간다. 다시로 선생은 친구들이 돈을 모은 ‘우정 상자’를 보여주며, 수업료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영달은 추석에는 돌아오겠다는 아버지의 편지와 함께 돈과 옷, 신발이 든 소포를 받는다. 마을 농악대가 노는 추석 무렵, 영달은 우체부(김일해)로부터 부모님을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어귀로 달려가 아버지(김한)와 어머니(문예봉)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