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들리 런

Synopsis

■ Issue Point

▶ <끌로드 밀러>
1965년 IDHEC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마르셀 카르네, 로베르 브레송, 자크 드미,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의 조감독으로 일했다. 고다르의 <주말> 의 조감독을 거쳤는데, 그의 미학적-정치적 관점은 고다르와 달랐다. 그의 가장 주된 스승은 프랑수아 트뤼포였고, 그의 후원 하에 세 편의 단편영화와 그의 첫 장편영화 <가장 잘 걷는 방법> (1976)을 찍기도 했다. 트뤼포가 <400번의 구타> 이후 또 하나의 혼란에 빠진 청소년에 대한 영화, <귀여운 여도둑> 을 준비하는 도중 사망하자, 밀러는 그 계획을 자신이 맡아 1988년 영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클로드 밀러는 1980년대 프랑스의 가장 새로운 감독으로 부각되었으며, 현재에도 그러한 기대는 여전하다.



■ 줄거리

클로드 밀레의 [데들리 런]의 원작은 미국 작가 마크 벰의 추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에 나온 스티브 엘리엇의 Eye of the Beholder와 비교 해보자면 [데들리 런]은 비교적 충실하게 원작의 기본 개념을 따라가고 있다. 남자 주인공 로이 (LOeil)는 중년의 사립 탐정이고 여자 주인공 카트린느는 바이섹슈얼 연쇄 살인범이다. 로이는 카트린느를 얼굴도 모르는 자기의 어린 딸과 동일시하며 그녀를 보호해 준다. 클로드 밀레는 스티븐 엘리엇이 삭제했던 이야기들도 그대로 다룬다. 카트린느의 유일한 여자 희생자 코라나 후반부에서 카트린느의 공범자이고 연인이었던 베티의 이야기가 그렇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원작의 다라스 박사에 해당되는 캐릭터를 삭제해버렸다. 그 대신 그 빈 자리를 스테판느 오드랑과 기 마르샹이 연기하는 두 명의 남녀 협박범으로 대체했다.
이 각색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분위기이다. 벰의 Eye of the Be holder는 침침하고 암담한 소설이었다. 스티븐 엘리엇의 영화도 다를 게 없었고... 하지만 클로드 밀레는 [데들리 런]을 위트 넘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빠르고 경쾌하며 굉장히 시니컬하다.
주인공들에 푹 빠져 있는 소설에서와는 달리 클로드 밀레는 냉정한 외부인의 관점에서 두 주인공들을 관찰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에서 진짜 관찰의 대상은 염탐꾼 로이이다. 밀레는 카트린느에 대해선 깊이 이해할 생각이 없다. 카트린느는 [라 팔로마]와 배, 시니어 서비스 담배를 좋아하는 아름다운 살인범이다. 그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밀레가 진짜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미치광이처럼 이 여자의 뒤를 쫓는 초라한 변태 아저씨 로이이다.
밀레는 자기가 다루는 주인공을 거창하게 묘사할 생각 따위는 없다. 로이는 필립 말로식 똥폼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평범한 외모의 괴짜 아저씨에 불과하다. 툭하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그의 독백 버릇은 미국 사립탐정물에 대한 농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그는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로이는 더욱 공감가는 인물이 된다. 사립탐정식 똥폼이 없어지고 실수투성이 보통 남자의 모습이 드러나자 그의 내면이 더욱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것이다. 여전히 밀레는 그의 집착을 공유하길 거부하지만 상관 없다. 그런 냉정한 객관성이 밀레의 의도였을테니까.
영화는 미셸 세로와 이자벨 아자니라는 두 훌륭한 배우의 덕을 보고 있다. 아자니는 언제나처럼 샐쭉하게 아름답고 유혹적이며, 세로는 평범한 외모 속에 숨겨진 우스꽝스러운 변태성을 우아한 유머를 섞어 묘사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