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쏴봐, 이 더러운 겁쟁아"
 "그만 쏘라고""제발 그만, 나 죽겠어"

Synopsis

■ Issue Point

▶ 장-뤽 고다르가 1957년 11월 카이에 뒤 시네마 76호에 썼던 단평
새뮤얼 풀러의 최신작 [40인의 총잡이]는 프랑스에서 개봉하지 않을 예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영화가 [대나무 집(House of Bamboo, 1955)]과 더불어 풀러의 최고작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흑백 시네마스코프로 열흘도 안 되어 촬영을 마친 이 야만적이고 난폭한 서부극의 모든 장면과 모든 쇼트에는 독창성이 가득하고―이해할 수 없는 플롯에도 불구하고―대담한 구상이 충만해서 아벨 강스나 스트로하임의 화려함, 혹은 무르나우의 순수함과 간명함이 떠오를 지경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일부를 적어보면:바바라 스탠윅의 동생이 그녀를 붙잡아 방패로 쓴다. "어서 쏴봐, 이 더러운 겁쟁아" 그가 두 사람을 총으로 겨눈 배리 설리번에게 외친다. 배리 설리번은 망설이지 않고 침착하게 바바라 스탠윅을 쏘고, 그녀가 쓰러지자 이어서 그녀의 동생을 쏘는데, 이번에는 치명상을 입힌다. "그만 쏴, 이 더러운 겁쟁이" 죽어가는 사내가 비명을 지르지만 ―탕! 탕! ― "그만 쏘라고" ―탕! 탕! ―"제발 그만, 나 죽겠어" ―탕! 탕! 탕! (결국 10년 뒤 프랑스에서 [40인의 총잡이]가 개봉했을 때 이 장면은 삭제됐다 - 영문 역자 톰 밀른 주)
또 다른 장면, 진 배리가 기막히게 아름답고 젊은 이브 브렌트의 환심을 사려 든다. 여기서 카메라 앞에 처음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이브 브렌트는 새뮤얼 풀러가 빌려준 챙 모자를 쓰고 있다. 이브는 총을 판다. 장난삼아 진이 그녀를 겨눈다. 카메라가 총신을 통해 이브를 바라본다. 카메라가 트랙 인하자 총신 속에서 그녀의 입술이 클로즈업 된다. 다음 쇼트: 둘이 키스하고 있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불과 3초밖에 안 된다. 진 배리와 이브 브렌트가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한다. 바바라 스탠윅의 동생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총성이 울린다. 진 배리가 이브 브렌트의 품 안으로 허물어지고, 그녀도 쓰러지면서 그의 몸에 깔려 뒤로 넘어진다. 두 연인 중 누가 총에 맞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음 쇼트에서 우리는 죽은 진 배리 밑에 산 이브가 깔렸음을 알게 된다. 그래, 3초밖에 안 된다. 하지만 [타부(Tabu: A Story of the South Seas, 1931)]와 맞먹는다.


■ 줄거리

제시카는 아리조나 변두리에서 임대한 총을 가지고 사설 경비대를 관리하며 자신의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장부이다. 어느 날 이 지역 보안관 딘은 총잡이 마샬에게 그녀의 구역을 정리해달라고 의뢰한다. 제시카는 마샬의 논리에 점차 설득 당하고, 모든 것은 급작스러운 파국으로 치닫는다. 바바라 스탠윅이 대목장의 여주인 "제시카"로 분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이 영화에서 풀러는 니콜라스 레이의 영화 <자니 기타>의 여주인공 비엔나와 비견할만한 서부극의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